월스트리트 저널 유튜브 채널에서 공유한 영상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참고해서 이해를 넓혔습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전략 중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더빙에서 효과가 나니 재미있는 내용 같아 보여 이 글을 공유합니다.
오징어 게임이 어떻게 바이럴 되었나
저는 '오징어 게임'을 2021년 추석에 몰아서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앉은자리에서 다 보는 건 제 집중력의 한계 때문에 하지는 못하고 3일에 걸쳐서 다 봐버렸습니다. 분명히 재미있는 넷플릭스 시리즈고 한국을 비롯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전 세계적 트렌드에 맞는 내용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계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도 워낙 훌륭한 영화이고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였지만 이렇게 대중적으로 세계적 인기를 끌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위력인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오징어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시점과 전년도의 넷플릭스 더빙 서비스 소비량을 비교해보면 120%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특히 '오징어 게임'의 경우 고객들이 더빙된 버전을 더 많이 소비한 시리즈라고 합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단순히 작품성을 넘어서 더빙이 인기를 폭발시킨 장치로 작동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기존 더빙의 한계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KBS에서 더빙된 영화를 보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목소리와 배우의 연기가 일치되지 않는 느낌, 입 모양과 목소리가 맞지 않는 것 그리고 영화 사운드와 분리되어 들리는 조악한 믹싱 퀄리티가 영화의 몰입도를 마구마구 낮췄습니다. 이런 기분은 전 세계의 모든 관객들이 받는 것일 겁니다.
더빙은 이런 실사의 영역보다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작업입니다. 할리우드 프로덕션은 첨단 기술을 사용해 전시 녹음으로 제작하지만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후시 녹음으로 작업하는 것이 필수이고 관객들은 애니메이션 이런 특유의 결과물에 대해 적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실사 영화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특징 때문에 더빙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였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본격적으로 더빙에 힘을 준 작품은 '종이의 집'입니다. 넷플릭스가 스페인 프로덕션에서 '종이의 집'의 판권을 구하고 서비스했을 때 'Spliced Bread Dub'이라는 애니메이션 더빙 프로덕션에서 더빙을 했는데 'VSI Dub'으로 프로덕션을 옮기고 나서 '종이의 집'이 미국 내에서 인기가 급성장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프로덕션을 옮긴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빙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두 프로덕션 작업을 비교하면서 좋은 더빙의 요소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넷플릭스식 더빙의 특징
유튜브 영상에서 관계자는 더빙 작업이 수공예적인 특성이 있다고 말하지만 굳이 분석하자면 4가지 정도로 나눠서 더빙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 성우진
- 대사 번역
- 음성 전달력
- 편집
성우진
사람의 목소리는 사람의 외모와 매칭 되며 한 사람의 유일한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성우진 캐스팅 단계에서 단순히 연기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원래 배우의 특성을 갖고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는 생각보다 작은 더빙 시장의 특성 때문에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사 번역
두 번째로 번역은 사실 분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종이의 집' 영어 더빙 두 개를 비교해보면 좀 더 자연스럽고 관용적으로 들리게 바뀐 것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입 모양과 최대한 비슷하게 모음을 배치하는 등의 특징이 있습니다만 이는 번역가의 능력이 크게 좌우되는 점입니다.
전달력
세 번째로 관객은 배우의 연기와 목소리가 일치되는 것을 익숙하게 여깁니다. 단순히 목소리가 캐릭터의 성격을 반영하는 것을 넘어서 배우의 입과 성우의 목소리가 일치되어야 합니다. 특히 배우는 말을 끝내고 입을 다물고 있는데 성우는 계속해서 연기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몰입을 해치는 것도 없을 겁니다.
편집
마지막으로 상영시간이 45분 내외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종이의 집'이 원래 스페인 프로덕션에서 만들었을 때는 더빙을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상영 시간이 67분에서 77분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빙을 염두에 두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할 때 45분 내외로 제작하거나 이미 제작된 부분은 45분 내외로 편집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더빙 작품을 감상할 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더빙의 미래
아마도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공유되면 글로벌 마켓을 겨냥하기 때문에 더빙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질 겁니다. 지금은 넷플릭스가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지만,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HBO Max도 더빙 시장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마 미래의 모습은 앞에서 설명한 수공예적인 것을 넘어 기술적인 영역에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영상은 월스트리트 저널 영상에서 나온 'Sythesia'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영상입니다.(제 진심이 들어간 영상입니다. 허허) 이 서비스에서 영어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쓰이는 언어를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 한국말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더빙의 미래는 이런 기술들이 보완 해나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성우의 연기가 뛰어나도 입모양이 안 맞아서 몰입이 떨어졌던 부분들을 보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투자와 무슨 상관?
콘텐츠 시장에서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인이 사용 가능한 영어로 제작한 콘텐츠가 시장을 지배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더빙이라는 것 하나가 그 높은 장벽을 허물 것처럼 보입니다. 콘텐츠의 국제 파급력이 앞으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BTS가 인공지능으로 독일어나 스페인어로 뻐끔거린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BTS 그 자체로 엄청나게 멋진 콘텐츠니까요. 하지만 '오징어 게임', '지옥', '종이의 집' 같은 작품이 국제적으로 퍼지는 데에는 더빙이 한몫을 했습니다. 신규 콘텐츠의 등장의 파급력은 더빙 기술이 발전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엄청나게 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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