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이후로 거의 한 달만에 투자 관련 포스트를 올린다. 저번 글에서 모니시 파브라이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미시 경제적 관점에서 팬데믹 사태 이후의 투자에 관한 글을 썼다. 그리고 이번에는 거시 경제 영역 중 하나인 고용에 대한 글을 인용하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업무의 자동화가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Ark Invest - Sam Korus
일단 이번에 인용하려고 하는 아크 인베스트의 보고서다. 아크 인베스트의 편향적 관점이 두드러지는 글이긴 한데 요즘에 발표되고 있는 비농업 고용지수와 관련 있어 보여 공유하고 싶어졌다. 비농업 고용지수는 말 그대로 농축산업을 제외한 전월 고용인구수 변화를 보여주는 지수인데 일자리 창출은 거시 경제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증시에서 중요하게 보는 지표다.
12월 3일의 비농업고용지수는 예측치와 발표된 수치가 꽤 많이 달랐는데 예측된 수치는 55만이었지만 발표된 수치는 21만에 불과했다. 지난 9월과 10월에도 예상치를 하회하는 결과를 보여서 테이퍼링 일정이 미뤄지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번에는 다소 좋지 않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실업률이 하락하고 임금 상승 등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건강 염려 및 각종 이유로 취업 의사가 있는 인구,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가 이런 추세를 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미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의 속도, 업무 자동화 추세가 이런 비농업 고용지수 결과를 만들었다고 보는데 아크 인베스트에서 이런 내 견해에 반박하는 보고서를 발표해서 흥미롭게 보게 되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기술의 발달이 실업률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하는 의견도 틀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농업에서 트랙터가 업무 자동화를 하는 과정, 그리고 세탁기, 배달 서비스 같이 가사 자동화가 가져온 변화 등을 설명한다.
미국은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1920년대부터 농업 현장에 트랙터의 보급이 늘었는데 1970년대에 와서는 트랙터 사용률이 90%를 넘겼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좋아지며 고부가가치 직업의 창출 및 농부들의 소득을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근로 시간 대비 생산량이 증가하니 임금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근로 시간이 덜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고용 인구도 감소할 텐데 왜 아크 인베스트는 실업률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통계 상으로는 농업 종사자의 수가 감소하긴 했다. 1950년대와 2000년대를 비교하면 농업 근로자 수는 거의 60% 감소했다. 하지만 아크 인베스트의 Sam Korus는 업무 자동화의 핵심을 non market activities의 감소로 본 것 같다. non market activities는 쉽게 말하면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일들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가사 및 가업과 같은 자발적 무임금 노동을 말한다. 1950년대 농업 근로자 80%가 무상으로 노동력을 제공했지만 업무 자동화로 그 비율이 대폭 감소했다. 트랙터의 보급이 거시 경제적으로 고용 효용성이 없는 무임금 노동 인구를 감소시키고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고용 인구를 증가시켰을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업무 자동화는 농업을 넘어서 가정에서 이뤄지는 '무임금 노동'도 '임금 노동'의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 세탁기와 같은 기계 및 배달 편의 서비스는 무임금 노동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을 절약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들은 부가가치를 발생시켜 고용을 증가시킨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서 기술의 발전이 실업률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데 과연 자율주행 같은 미래 기술도 비슷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까? 현재 미국은 2억 2천500만 명의 사람들이 통근하는데 마일당 0.7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 만약 완전 자율 주행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통근에 소요되는 비용이 마일당 0.2 달러로 감소될 것으로 예측한다. 통근 시간은 업무 시간에 포함되지도 않고 아무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무임금 노동에 해당된다. 무임금 노동시간 및 소요 비용의 감소는 과거의 사례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자율 주행 서비스의 보급도 아마 트랙터 보급과 같이 택시, 우버(ride-hailing)에 종사하는 고용 인구의 감소를 가져온다고 추론할 수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서 추정하는 것이지만 자율 주행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필요한 remote operator(원격으로 자율 주행 차량을 제어하는 사람을 뜻하는듯하다.)의 수가 300만이 넘는다고 한다. 현재 택시/우버 등에 종사하는 인구가 110만 명에 불과한데 그 수의 세 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 외에 자동화는 제조업 종사자들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며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실질 GDP의 상승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기술의 발전과 중국을 비롯한 개발 도상국들이 WTO에 합류가 offshoring(산업 생산을 외국으로 이관하는 행위)이 발생시켜 미국 제조업 근로자 임금 상승이 억제되었다. 사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석연치 않게 들리긴 한다. 물론 오프쇼어링으로 세계적인 고용 인구는 증가된 건 맞지만 기술의 발전이 임금 상승을 억제했다는 점은 보고서의 일관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아크 인베스트는 미국의 투자 회사 중에서도 급진적인 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하는 보고서이긴 하지만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것은 억측이긴 하다. 하지만 분명 세계적으로 고용 문제는 심각하기 때문에 다양한 담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나조차도 현재 백수라서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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