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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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팔 원석 한 덩이로 꼬이고 꼬인 삶을 표현하다.
세줄 영화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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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아담 샌들러)는 무리해서(빚을 내며 도박) 보석상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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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는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서 도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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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보석 블랙 오팔의 등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도박이 시작된다.
언컷 젬스
감독 : 베니 사프디, 조쉬 사프디
각본 : 조쉬 사프디, 베니 사프디, 로날드 브론스타인
제작 : 세바스찬 베어 맥클라드, 오스카 보이슨, 스콧 루딘, 엘리 부시
주연 : 아담 샌들러
조연 : 러키스 스탠필드, 줄리아 폭스, 케빈 가넷, 에릭 보고시안, 이디나 멘젤, 쥬드 허쉬, 사하르 비비얀, 폼 클레멘티에프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같은 영화를 보면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같은 귀금속을 둘러싸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로 영화의 주요 소재인 '블랙 오팔'의 탄생은 에티오피아에서 사는 유대인들의 고통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에티오피아의 유대인들은 원시적인 방법으로 채굴하다 보니 다치고 죽는 경우가 많고 제대로 된 보수도 받지 못하며 채굴 작업에 종사합니다. 이어서 뉴욕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언뜻 보면 에티오피아에 있는 자신의 동족들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람 같아 보입니다만 둘 다 귀금속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렴풋하게 둘을 대조시킵니다. 뉴욕의 유대인들은 흙먼지 가득 낀 원석 대신 반짝이는 귀금속을 다룹니다. 그리고 자신의 팔과 다리가 부러지길 걱정하기보다는 이번 달에 대출을 갚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하워드(아담 샌들러)는 도박이라는 꽤 도전적인 방법으로 이런 걱정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도박이라는 요소는 하워드의 고통을 배가시키기도 하고 유일하게 이 고통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첫 시퀀스가 빚을 갚기 위해 전당포에 귀금속을 맡기고 돈을 빌려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 베팅하는 장면입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정신없이 돌려 막기 하는 모습을 보면 잠깐 뇌가 꼬이는 경험하게 됩니다. 베팅에 성공하지 못하면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되지만 적은 확률을 믿습니다. 결론적으로 도박이 주인공의 삶을 꼬아 놓고 벗겨 먹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보통 오팔은 대부분 투명한 성질을 띕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블랙 오팔'은 다양한 빛이 흘러나오는 걸 보면 상당히 희귀해 보입니다. 이러한 오팔의 성질 때문에 '블랙 오팔'은 인물의 삶을 더 동적으로 투영합니다. 극 중 KG(케빈 가넷)은 이 보석의 영롱한 빛에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유리로 된 전시대를 깨버립니다. 이 장면으로 극의 두 번째 시퀀스가 시작하면서 '블랙 오팔'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언뜻 이 보석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보석을 갖고 있는 KG는 경기에서 승리하고, 갖고 있지 않은 하워드는 다방면에서 큰 위기가 닥칩니다. 반대로 원래 주인인 하워드가 이 보석이 있을 때 한 베팅은 대박을 치고 KG는 불안에 떨며 징크스가 생깁니다. 이는 보석이 가져다주는 단편적인 즐거움처럼 덧없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보석이 오가는 과정으로 생기는 결과는 대체적으로 암울합니다. 하워드는 이 보석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생명을 잃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이 영화는 '블루 재스민' 이후로 가장 소란스러운 영화입니다. 인물들의 불안한 심리에서 흘러나오는 욕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인물 간 갈등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소재, 배우, 음악 등의 선정은 넷플릭스 영화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상업성이 느껴졌습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 빅데이터를 참고해 등장인물의 인종부터 비중이 적은 카메오까지 선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담 샌들러'와 '더 위켄드'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반지의 제왕'의 '절대 반지' 마냥 '블랙 오팔'은 이야기의 엔진입니다. '블랙 오팔'은 인물의 내적, 외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저 멀리 떠나갑니다. 덧없지만 사람 여럿 해치는 보석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보석처럼 빛나지만 더러운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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